"My name is August, by the way. I won't describe what I look like. Whatever you're thinking, it's probably worse." 쫑알쫑알 생각보다 말이 많은 나의 친구 Auggie는 첫 페이지에서 나를 사로잡았다. Auggie는 무언가를 조금도 꾸며서 이야기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인지 Auggie가 하는 이야기에 나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웃기기까지 하니까. 아픈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다는 건 그 이야기가 오랫동안 한 개인 안에서 내적인 소화 과정을 거쳐왔음을 보여준다. Auggie는 겨우 열 살인데 그 말끝엔 늘 페이소스가 뭍어 있다. 처음엔 빵하고 웃음이 터지고 그다음엔 조금 슬퍼진다. 이 책을 두 번 읽게 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간결한 문장에 가려져서 혹시 소홀히 듣고 넘긴 이야기는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은 마음. 두 번의 낭독을 마치고 WONDER가 내게 남긴 것들을 나눠보고자 한다.먼저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자면, WONDER를 읽으면서 미국의 학교생활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Auggie는 쭉 홈스쿨링을 하다가 5학년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데, lower school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학교의 모든 것이 새로웠다. 예를 들면, Homeroom이 뭔지도 몰랐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전무한 나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도 Auggie는 electives가 뭔지는 알고 있었으니 나보다는 나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WONDER를 읽으면서 미국 학교의 개학 첫날은 어떤 모습인지, 선생님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풍문으로만 듣던 공포(?)의 점심시간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recess에 하는 놀이부터 할로윈, 각 교과의 큰 행사, 캠프, 학교의 분쟁 대응 방법, 학부모회의 기능과 학부모들 사이의 긴장감까지 당사자의 거리에서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길-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작가가 순간 포착을 잘해서 감정적으로 그 곳에 있는 것 같은 감각을 일으켜주는 것 같다.
Nature Retreat 가방을 싸던 어기가 스타워즈 그림이 그려진 가방을 새 가방으로 대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My point is that in middle school you kind of get known for what you're into, and you have to be careful about stuff like that."
열 살에 나는 뭘 좋아했었나? 자연스럽게 이 질문이 떠올랐다. 기억을 못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내 관심사를 다른 사람이, 그리고 나 자신이 분명하게 인식할 정도로 누군가와 공유해 본 경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특별한 친구들은 그렇게 기억되기도 한다. 쟤는 공부를 잘하는 애, 쟤는 무슨 아이돌에 미쳐있는 애 정도? 한편으로, 미국 학교에서는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표현할 기회가 늘 주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담임 선생님과의 시간에도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것 2가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주제다. Auggie는 심한 안면 기형을 가진 아이다. 자신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형적인 얼굴로 학교의 유명인사가 된 Auggie는 그럼에도 자신이 어떻게 세상에 비춰지고 싶은 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이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인식한다. 정체성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여전히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내가 Auggie라면, 내가 Auggie의 부모님이라면...? 이 두 질문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Auggie의 가족들을 떠올리면, Wonder는 판타지 소설로 분류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Auggie에게는 완벽한 가족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Auggie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아빠, 수십 번의 수술과 간호, 육아를 도맡아하면서도 Auggie에게 나쁜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 엄마, 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는 누나, 그리고 심신을 위로하는 강아지 Daisy까지. 사실 Wonder는 플롯이 단순하고 예상 가능한 장면들이 때에 맞게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Auggie가 Auggie이기 위해서는 그런 판타지 같은 가족과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이웃들이 필요한 법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똘똘하고 재미있고 당찬 Auggie는 없을 테니까.
끝으로, Wonder를 읽으면서 내 영어 실력이 초등학교 3학년 중에서도 제법 똘똘하고, 당차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Auggie 정도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말 정말 많이 들었다. 이 책의 모든 문장을 삼켜서 달달 외우고 싶었는데 낭독을 2번 했지만 그렇게까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애정하는 주인공을 만나서 즐겁게 책을 읽고 또 읽을 수 있어서 겨울을 뜨겁게 보낸 것 같다. 후기를 마치며 이제 사랑하는 친구를 보내줘야겠다. 안녕, Au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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