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마틴 코언
- Void
- Ma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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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먹는걸 좋아했지만, 음식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맛있으면 장땡 아냐? 그치만 가공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겠지.' 정도가 내가 음식에 대해 가졌던 생각의 전부였다. 그런데 최근 개인적인 계기로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좀 더 신경 쓰게 됐고, 그러면서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라는 말도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마침 철학자가 쓴 음식 관련 책이라니, 이 조합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철학자들은 음식에 대해 어떤 심오한 생각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을 다룬다.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의 영양 가이드라인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철학자들이 남긴 독특한 음식 관련 사유를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빵과 초콜릿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남 다르다고 느꼈다. 그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을 땐 입에 침이 고였고, 결국 그들이 내 식단에 한동안 추가 됐다.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장내 미생물 이야기, 우리는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다룬 부분, 그리고 '지방의 역설' 같은 주제들이었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건강 상식들, 예를 들면 '물을 많이 마셔라'라든가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라' 같은 조언들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의심해야 하는 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의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책 전반에서 저자는 음식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며 자신의 의견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거였어!"라고 공감하게 되다가도, 또 어떤 대목에서는 "이 비판마저도 과연 타당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음식이라는 주제가 과학, 문화, 역사, 철학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분야이기에, 비전문가가 이 영역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조심스러울 일인지 새삼 느꼈다.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았던 인물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였다. 자연을 예찬하고 삶의 본질을 탐구했던 그의 태도를 통해,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자연의 일부인 음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됐다.
반면 가장 와닿지 않았던 철학자는 장 폴 사르트르였다. 사르트르에게 (음식에 있어서는) 인간다운 것이란 자연과 멀어진 상태를 뜻했다. 과연 그런가? 나는 인간이 자연과 멀어질 수록, 인간다움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르트르의 철학을 깊이 공부한 건 아니지만, 그가 인간의 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한 게 아닐까 싶다. 최근 뇌과학에서는 인간의 의식이 신체 활동의 부산물임을 강조하며, 결국 인간의 사고조차도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어떤 사상적 배경이 깔려 있든 간에, 자연에서 멀어진 음식이 가장 훌륭한 음식이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에서 만연한 대사 질환을 고려하면, 이런 생각은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책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만큼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여러 철학자들의 사유가 소개되기는 하지만, 음식 자체를 깊이 탐구하는 느낌보다는 흥미로운 잡학적 정보들을 나열하는 데 가까웠다. 기대했던 '음식에 대한 심오한 사색'이 부족했던 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에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자의 논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고, 책의 전개 방식도 일관성이 부족했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느린 블루스 곡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헤드뱅잉해야 할 것 같은 헤비메탈이 나오고, 적절한 cadence 없이 갑자기 끝나버리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음식에 대해 깊은 철학적 사색을 원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관점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가볍게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적합할 것 같다. 마치 친구와 음식을 주제로 잡담을 나누는 듯한 가벼운 독서가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독서 성향도 돌아보게 됐다. 나는 논점이 뚜렷하지 않으면 읽기 불편하고, 챕터의 제목과 내용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마치 비문을 읽은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아마도 독서량이 많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소위 말해 '각잡고' 읽어야 하는 사회과학 서적만 편식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독서의 폭을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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