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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스킴

정체성과 선택에 대해 물어 온'Vanishing half'

평소 틈나는 대로 흑인작가의 문학을 읽는 편이다. 미국에서 주류보다는 나와 같은 비주류라는 생각에서인지 그들의 문학에도 깊은 관심이 있었다. 올해는 특별히 흑인 작가 중 대표적인 작가이자 미국의 인종 문제에 대해 20세기 가장 중요한 목소리였다고 평가받는 제임스 볼드윈의 탄생 100주년이라 미국 각지에서도 그의 전시가 열렸다. 그래서 나에게는 제임스 볼드윈을 비롯해 유난히 흑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은 한 해였다. 조라닐허스틴의‘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앨리스 먼로의 ‘컬러퍼플’ 등 흑인작가들의 작품에는 그들의 녹록지 않은 삶을 대변하듯 항상 인종 차별이라는 주제가 있다. 


영어낭독 입문반에서 2024년 마지막으로 함께 읽은 ‘사라진 반쪽’이라는 책은 현재 뉴욕타임스에서 촉망받는 작가 중 하나인 흑인 여성작가 브릿 베네의 두 번째 소설이다. 그래서 ‘ Vanishing half’를 읽는다고 들었을 때 그동안의 흑인문학과 다르지 않게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대로 쌍둥이 자매에 관한 소설이다. 한 명은 피부색이 밝은 흑인으로 태어났고 한 명은 어두운 색으로 태어났다. 둘은 쌍둥이인 만큼 항상 동행했고 삶을 나눴고 비밀이 없었다. 피부색이 밝은 쪽으로 태어난 스텔라가 없어지기 전까지. 피부색이 밝으니 백인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스텔라. 그리고 그 스텔라를 기다리며 찾아다닌 쌍둥이 자매 데지레의 삶, 그리고 그들의 딸들 케네디와 주드의 삶까지를 다루는 긴 장편소설이다. 


백인이라는 정체성을 선택한 스텔라, 스텔라는 쌍둥이인 데지레는 물론 모든 가족과 아는 친구들을 떠나 백인의 삶으로 뛰어든다. 그 선택 이후로 스텔라는 영영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과거와 작별한 채 살아간다. 마이너리티에서 메이저로 정체성을 전환한 스텔라. 그녀는 단지 현실적이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되고 싶었던 교사도 되고 대학에도 가고,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기회가 와서 잡았을 뿐이고 그렇게 살았다.중간중간자신의 삶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딸에게도 남편에게도 모두 꽁꽁 숨긴 채 그렇게 살아간다.

 

이 책은 묻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정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스텔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매이저로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그녀의 딸 케네디는 그러한 삶을 살지 않는다. 스텔라의 삶이 연극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듯 스텔라의 딸 케네디의 직업은 배우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삼류배우에 정체성도 흔들리는 케네디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 


반면,한 번도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던 데지레의 딸은 의사가 되어 엄마와 애인과 행복한 관계를 이루며 산다.   


끝으로 가면서 스텔라의 비밀은 딸 케네디에게 밝혀진다. 결말 부분에서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족을 버리고 산 스텔라에게 특별히 큰 재앙?이 일어나지 않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그동안 수많은 흑인작가들의 책들을 다시 찬찬히 둘러보며 사회에서 약자로서, 비주류로 사는 스텔라의 선택과 삶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까? 스텔라가 그렇게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던 녹록지 않은 삶에 대해. 사회적 약자로, 혹은 불합리하게 살면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정체성과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100년 전, 제임스 볼드윈이 남겼던 말이 그 해답을 주었다. 


“사람은 각자의 삶에 책임이 있다. 삶이란 우리가 온 곳이자 돌아갈 곳인 어둠 속 작은 등대니까.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그 항해를 가능한 한 고결하게 해내야 한다.” 


사회와 세상이 불합리할지라도 우리의 삶은, 우리의 선택은.. 

뒤에 올 사람을 위해 고결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어려운 사회 환경 가운데에도 단순한 차별문제가 아닌 삶에 근본적인 질문과 답을 주는 수많은 문학작품들에 경이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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